< 핸드 투 핸드 > 중

김민성 작가의 작업은 “내가 현재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오늘날 우리는 가상공간을 현실의 연장이자 삶의 일부로서 인식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재계와 가상계 사이의 어긋남은 언제나 발생한다. 김민성은 이러한 어긋남에 집중한다. 구체적으로 9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진 하나의 작업 < 데스크톱 1 >을 살펴보자. 그에게 캔버스란 데스크톱에서 무한으로 띄울 수 있는 브라우저와 같다. 그렇기에 현재 9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는 이 화면들은 언제든 하나로 줄어들 수도 있고, 반대로 수없이 많아질 수도 있는 성질의 것으로서 이해할 수 있겠다. 김민성은 캔버스를 환영의 창으로 바라본 르네상스적 입장은 물론이고 절대적 공간으로 상정했던 모더니즘적 특성으로부터도 벗어난다. 그저 2차원의 평면을 2차원으로 옮기는 행위이기에 시작과 끝 모두 에어브러쉬를 사용해 매끈한 인터페이스의 미감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데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간다. 그의 작업에는 작품은 현장성, 그러니까 전시장에 어떻게 설치되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개입한다. 9개의 판으로 나뉘어져 그려진 그림은 오롯이 벽에 걸리는 것이 아닌 높이와 위치를 달리해 레이어를 형성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반드시 몸의 움직임을 수반해 관람하길 유도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실제계로 튀어나온 이 작품들을 바라보는 데에 원근법이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김민성의 작업은 가까이 있는 것은 작게 보이고 멀리 있는 것은 크게 보이는 인지 부조화의 상황 속에서 2차원 평면과 3차원 실재의 경계를 교란시키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실재계와 가상계를 이어보려는 회화적 시도로서 이해할 수 있겠다.


글 | 신지현
전시 기획자. 현재 하이트컬렉션에서 근무하며 WESS 공동운영자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