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패러독스(Algorithm paradox)

                                                                                                                                                                                                                                                                                                                           문현정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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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고리즘(algorithm)과 이미지

오늘날 이미지는 그 자체로 프로그램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기술적 장치는 유동하는 플랫폼 아래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성해 내었으며, 그것이 제안하는 이미지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데이터 베이스(data base)가 제공하는 시각 정보에 더 가까운 개념으로 변화되었다. 알고리즘을 통해 끊임없이 재배치되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서 특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만드는 코드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것은 특정 상황이나 대상을 지표하는 이미지가 아닌 기하학적 추상에 가까운 더미(dummy) 일부로 수렴한다. 시대의 이미지, 예컨대 유튜브나 SNS를 포함한 온라인 세상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이미지는 데이터와 - 데이터가 상호적으로 동기화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일종의 관계망 속에서 파생된 상징적 지표와도 같은 것이 되어가고 있다.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는 일찍이 컴퓨터가 소프트웨어화됨에 따라 텍스트와 이미지 등을 처리하는 장치로 변환되면서 기존의 미디어를 제작하는 기술이 ‘소프트웨어’ 그 자체로 전환되었음을 서술하였다. 이제 이미지는 생산 - 저장 - 배포의 과정을 넘어, 사용자가 어떤 인터페이스로 접속하고 어떤 스크린으로 이를 마주하는지에 따라 이어질 일련의 동작에 관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화면상의 이미지는 정지된 것이 아닌 과정적인 혹은 순차적인 이미지가 되었으며, 우리가 접하는 모든 이미지는 객체인 동시에 주체로 기능한다. 알고리즘은 이미지의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 자리잡았고, 이미지는 인터페이스에서 분리될 수 없으며, 특정 표현형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는 알고리즘의 계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민성은 디지털 시대에 마주하는 ‘스크린(screen)’과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화폭에 옮겨왔다. 그는 우리가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디지털 이미지의 기저에 숨겨진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이미지가 내포한 지표로서의 시대적 성질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가 일상에서 컴퓨터의 스크린을 통해 접하는 이미지는 곧 작업의 재료가 되며, 시대를 둘러싼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투영하는 ‘시각 정보’로서의 이미지를 회화의 평면에 공명케한다. 여러 인터페이스(interface)가 혼재한 환경을 살아가는 우리는 시각 정보에 대한 선택권을 유실하고 ‘제공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눈'과 ‘매체(medium)’를 분리할 수 없게 된 현 시점에서, 작가는 시각 정보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현상에 저항하는 동시에 그것이 표상하는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위한 회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2. 물화된 이미지, 내재된 폭력성

이미지는 알고리즘을 통해 끝없는 재맥락화를 반복한다. 객체화된 이미지는 여러 플랫폼을 통해 일련의 상을 현시하는데, 가령 폭력성을 내재한 - 이를테면 사고나 자연재해, 전쟁 또는 테러 공격과 같은 상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허구적 아우라를 유발해낸다. 폭탄이 투하되는 이미지, 전쟁의 잔상은 곧 일종의 스펙터클(spectacle)처럼 드러나며 모순적으로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내어 그 현상에 대한 무감각을 초래한다. 신화화된 이미지는 그 내부에 실존하는 문제를 배제하고, 사용자의 클릭(click)을 유도하며 우리의 시선을 유혹하는 ‘물화된 이미지’로 플랫폼의 표면에 잔재하게 되었다.

일찍이 전쟁의 도구로 활용되었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미지는, 그것이 제공하는 환영을 담보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대상으로서 매스컴에 등장해왔다. 이는 이미지가 어떠한 특정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 사실의 근거로서 시각적 증명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그 당위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며, 과거의 상황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행위의 가장 표면에 위치한 표지가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보증하기에 그러하다. 그러나 정치성을 내재한 이미지는 어떠한 사건의 실재를 지표하기 보다, 역으로 이미지를 선행하여 특정 논점을 수면 위로 가시화하는 역할에 활용될 여지가 높은 상태로 존재한다.

이에 따라 작가는 도구로서의 이미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매스컴의 표면에 드러나고 있었는지를 재고하며, 그것이 다시금 사건과 역사를 재맥락화할 수 있는 대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지는 특정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이미 ‘제공’된 형상의 외부적 표면을 다시금 재배치함으로써 사건을 가시화할 수 있는 전술로 등장한다. 작가는 매스컴이 드러내는 폭력성의 일부로 ‘폭발 임팩트’에 주목한다. 폭발의 잔상을 재편하고자 하는 작가의 시도는 물화된 이미지가 무엇을 표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전히 세계에 존재하는 사건에 대한 이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을 통해 거리감을 획득한 물화된 이미지는 잔상처럼 떠돌며 웹을 부유한다. 납작한 시각 정보로서 시스템의 일부가 된 이미지는 그 폭력성을 아름다운 시각적 정보 아래 숨겨내며 비열한 포르노그래피적 극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3. 알고리즘 패러독스

전시 «알고리즘 패러독스»는 알고리즘이 침투한 이미지, 그중에서도 폭발 임팩트가 드러내는 물화된 이미지에 대한 비판을 담아 다시 그것을 회화로 옮기며 사건의 재맥락화를 시도하고 있다. ‹Sort›(2023)라는 제목이 붙은 일련의 거대한 화폭으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는 일종의 기념비처럼 이미지를 전시장에 현현케 하며 그 형상을 정렬해 내고 있다. 회화는 그것이 지지대로 삼아왔던 평면을 넘어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벽을 만들어내며, 해체와 재맥락화를 통한 이미지의 재구성을 탐구하고 있다.

작가가 그려낸 폭발은 곧 관객이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할 수 없도록 파편화되고 재조립된 형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인지 부조화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시선을 유도함으로써 혼재된 평면 속에서 나름의 구조를 찾아나갈 것을 요구한다. 점진적으로 배치된 작품은 그 이미지의 구획을 넓혀나가며 시각적 환영을 유도하는 구성을 가지는데, 관객의 시점에 따라 하나의 상으로 수렴하기도 또는 파편화되기도 하는 양상을 띠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마주하는 픽셀화된 이미지를 하나의 상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시각 정보’로서의 이미지를 해체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미지를 재맥락화함으로써 내재된 폭력성의 스펙터클을 붕괴하고 사건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을 은유하는 것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두 가지 특징은 1. 이미지의 해체와 재가공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신체적 필치가 개입됨으로써 그 물화된 이미지의 물성을 가시화한다는 것이며, 2. 그것이 배치된 관계를 통해 관객이 여러 픽셀을 가로지르며 하나의 이미지를 관람하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전자는 이미지의 표면에 흘러내리는 물성은 그 원본의 전면과 후면을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듦으로써 재현적 성질을 반전한다. 후자는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그 자체로서 시스템이 되어버린 이미지를 무분별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 대한 작가의 저항의 방법론을 드러낸다. 일련의 과정은 관객의 개입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하며, 그것에 노출되어 왔던 시각 정보의 일방향적 굴레를 깨트려내는 과정으로 수렴한다.

김민성이 회화를 통해 시대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고, 그 과정에 알고리즘이 어떻게 관여하고 있으며, 이미 프로그램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미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를 질문한다. 작가의 평면은 특정 이미지가 표상하는 사건을 편집함으로써 그것이 내재한 폭력성을 다시금 찾아나갈 수 있는 단서를 내재하고 있으며, 나아가 의도적 배열을 통해 지금까지 매스컴이 우리에게 이미지를 제시해왔던 방식을 재고해 볼 것을 촉구한다. 관객의 시선을 통해, 그리고 관객의 개입을 통해 완성되는 하나의 이미지는 전시장을 관통하고 가로지르며 시대의 이미지가 드러내는 일련의 성질을 포괄한 채 현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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